70, 80년대 전자공작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007 제작집'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들에 담긴 실제 이야기는 대부분이 일본 콘텐츠를 그대로 옮긴 수준이었고, 국내에서 부품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무선 자동차 만들기' 같은 고난이도 프로젝트는 책 속에서는 멋져 보였지만, 실제로 시도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007 제작집, 대체 어떤 책이었나
1970-80년대 우리나라에는 전자공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몇 종류 있었습니다. 과학도서(과학기술사)에서 출간한 '전자제작집' 시리즈가 대표적이었고, 그중에서도 '007 제작집'은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419회로집, 815회로집, 디지틀 게임제작집 등도 함께 출판되었는데, 이 책들은 용돈을 모아서 한 권씩 사는 것이 취미생활의 큰 즐거움이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이 책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전자공작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교과서 같은 존재였습니다. 특히 디지털 회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파형과 함께 동작 원리를 상세히 설명해 주는 유일한 자료였습니다.
일본 콘텐츠를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
문제는 이 책들의 대부분이 일본 서적이나 잡지를 번역하여 소개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입니다. 국내 전자 부품 시장은 당시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했고, 부품 종류도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에 나온 회로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부품 중 TR(트랜지스터), 저항, 콘덴서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음
- 코일류, 특수 IC, 크리스탈 등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음
- 실제로 제작 가능했던 회로는 TR 앰프, 감전기, 전원, 광전 릴레이 스위치 등 간단한 것 위주
특히 27MHz대 트랜시버를 만들기 위해 감광 기판까지 직접 떠서 시도했지만, 크리스탈과 코일 부품을 구하지 못해 완성하지 못했다는 경험담도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무선 자동차 만들기'에 대한 집착
007 제작집 중에서도 가장 회자되는 콘텐츠는 바로 '무선 자동차 제작하기'입니다. 광센서를 이용한 자동 커튼 여닫이 같은 단순한 프로젝트들이 주를 이루던 책에서 갑자기 등장한 무선 자동차 제작법은 당시 어린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제작법 자체는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부품 조달이었습니다. 핵심 부품인 '모터 서보'는 동네 문방구와 백화점, 전자 부속 골목을 돌아다녀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가게 주인들조차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콘텐츠가 실린 정확한 권수와 출간 번호는 현재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국립도서관과 중고 책방, 온라인 PDF 자료를 모두 뒤져도 해당 부분만 유독 찾을 수 없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IC 회로로 전환
고등학교 시절이 되면서 점차 IC(집적회로)를 사용하는 회로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007 제작집에 실린 펄스 발생기, 디지털 카운터, 디지털 게임기 등은 비교적 부품 구하기가 쉬웠고, 특히 디지틀 게임기 제작집은 파형과 함께 상세한 디지털 회로 동작 설명이 포함되어 있어서 회로 설계 기초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IC 부품은 대부분 수입품이어서 가격이 매우 비쌌습니다. 1981년 고등학교 시절 버스비가 100원이었을 때, TI사의 7805 레귤레이터 하나가 소매가 500원 정도였습니다. 학생이 용돈으로 부품을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습니다.
이 책들이 남긴 유산
비록 007 제작집과 그 후속 시리즈들은 일본 콘텐츠를 그대로 번역한 수준이었고, 실제 제작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은 한 세대의 전자공학 입문자들에게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 전자 부품의 종류와 역할을 배우는 첫걸음이 되었음
- 회로도를 읽는 방법을 익히는 유일한 자료였음
- 직접 땜질하고 회로를 구성해 보는 경험을 제공했음
실제로 이 책들을 통해 전자공학에 흥미를 느껴 고등학교, 대학교 전공으로 이어졌고, 결국 엔지니어로서 평생 직업을 가지게 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책 속 회로를 그대로 따라 만들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호기심과 도전 정신은 분명 값진 것이었습니다.
Q. 007 제작집은 지금도 구할 수 있나요?
A. 현재는 모두 단종되었고, 중고 책방이나 온라인 중고 거래에서 일부 PDF 파일이나 실물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립도서관에도 몇 권이 보관되어 있으나, 모든 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Q. 007 제작집의 '007'은 무슨 뜻인가요?
A. 영화 007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시리즈 번호나 코드명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정확한 유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Q. 당시 비슷한 책으로 무엇이 더 있었나요?
A. 419회로집, 815회로집, 디지틀 게임제작집 등이 같은 출판사(과학도서/과학기술사)에서 나왔습니다. 모두 비슷한 성격의 일본 콘텐츠 번역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