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5월, 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습니다. WHO는 이번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안데스바이러스' 변종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하는 아메리카형 심폐증후군을 일으키는 유형인 만큼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400-500명의 신증후출혈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유행종은 사람 간 전파가 없고 치명률도 1-15% 수준입니다. 중요한 건 이 바이러스에 특효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예방이 유일한 방어선이며,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타바이러스, 사실은 한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Hantavirus)는 설치류(쥐)를 자연 숙주로 삼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1976년 우리나라의 이호왕 박사가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최초로 분리에 성공했으며, 바이러스 이름도 발견지인 '한탄강'에서 따왔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약 3,200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정도로 한반도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한타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 질병 유형을 일으킵니다.
- 신증후출혈열(HFRS): 아시아·유럽에서 유행하며 한탄바이러스·서울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주로 신장을 손상시키고 치명률은 1-15% 수준입니다.
-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HCPS):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행하며 신놈브레바이러스·안데스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폐와 심장을 공격하고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합니다.
이번 혼디우스호 사태에서 확인된 안데스바이러스는 후자에 해당해 특히 위험한 변종입니다.
MV 혼디우스호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2026년 4월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발해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로 향하던 네덜란드 탐사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한타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처음 확인됐습니다. 4월 1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5월 7일까지 확진 3건·의심 5건 등 총 8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3명이 숨졌습니다.
WHO는 5월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긴급 역학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스위스에서 귀국한 한 승객이 안데스바이러스 변종으로 확진됐는데, 이 바이러스는 1996년 아르헨티나에서 사람 간 전파가 처음 공식 확인된 특이한 변종입니다.
최초 사망자는 네덜란드 70세 남성으로, 승선 전 아르헨티나 여행 중 설치류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그의 배우자도 비행기 안에서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고, 독일 국적 여성도 선상에서 숨졌습니다. 다만 WHO는 현재로서 공중 보건상 위험은 낮다고 평가하며 "팬데믹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타바이러스 감염 경로, 설치류가 핵심이다
한타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설치류의 소변·분변·타액이 건조되면서 생긴 미세한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것입니다. 감염된 설치류는 별 증상 없이 최대 12개월간 바이러스를 배출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야외 풀 베기 작업, 농작업
- 산행, 텃밭 가꾸기
- 오랫동안 비어 있던 창고·헛간 청소
- 잡초가 무성한 습지나 계곡 주변 활동
원칙적으로 한타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전파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가 없고,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등 호흡기 바이러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단, 안데스바이러스 변종은 예외적으로 밀접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증상 5단계, 감기와 비슷해 더 위험하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신증후출혈열)은 초기에는 독감과 매우 유사해 구분이 어렵습니다. 잠복기는 약 2-3주이며, 이후 5단계로 진행됩니다.
① 발열기(3-5일) 갑작스러운 고열(38-40℃), 심한 두통, 권태감, 식욕 부진이 나타납니다. 이후 복통·요통이 생기고, 얼굴과 몸통에 발적, 결막 충혈, 동전만 한 크기의 출혈반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독감이나 장염으로 오인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합니다.
② 저혈압기 해열과 동시에 혈압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심하면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사망이 집중됩니다.
③ 핍뇨기(3-5일) 신장 기능이 저하돼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신부전이 심해지면 투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④ 이뇨기(7-14일) 소변량이 회복되는 단계입니다.
⑤ 회복기 전체 회복에는 수 주가 걸리며, 신장 기능은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아메리카형(심폐증후군)은 진행 속도가 더 빠릅니다. 칠레 감염내과 전문의에 따르면 안데스바이러스 환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로 불과 몇 시간 안에 악화될 수 있어, 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가 갖춰진 중환자실로의 즉각 이송이 생사를 가릅니다.
치료법은 없지만, 예방은 가능하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에는 현재까지 WHO와 CDC가 공식 승인한 특이적 항바이러스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치료는 수액·전해질 관리, 혈압 유지, 투석, 산소 공급 등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가 전부입니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신속한 입원 치료가 생사를 결정합니다.
국내에서는 리바비린(Ribavirin) 항바이러스제를 초기에 투여하면 일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료의 핵심은 저혈압기에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핍뇨기에 신장 기능을 보조하는 집중 치료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타바이러스 백신(한타박스)이 있습니다. 1988년 이호왕 박사 연구팀이 개발해 1990년 출시됐습니다.
- 접종 일정: 1개월 간격으로 2회 기본 접종, 12개월 후 추가 접종
- 항체 지속 기간: 1년 이상이므로 매년 추가 접종 필요
- 접종 우선 대상: 농촌 주민, 군인, 바이러스 실험실 종사자, 야외활동이 빈번한 사람
야외활동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예방수칙
한타바이러스는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야외활동 전 - 긴 소매 옷과 장갑을 착용해 피부 노출 최소화 - 풀밭에 직접 눕거나 앉지 않기 - 잡초가 많은 습지 주변에서는 특히 주의 - 농작업이나 풀 베기 시 N95 이상의 마스크 착용
야외활동 후 -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샤워 - 작업복은 별도 세탁
쥐 배설물 처리 요령 - 빗자루로 쓸거나 진공청소기 사용 금지(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퍼짐) - 가정용 표백제를 물에 1:10으로 희석한 소독액을 배설물 위에 충분히 뿌려 5분간 적심 - N95 마스크와 장갑 착용 후 젖은 종이 타월로 닦아내 밀봉해 버림
예방접종 - 유행 시작 전인 10월 이전에 접종 권장 - 가까운 보건소나 의원에서 접종 가능 - 고위험 지역에서는 보건소를 통해 무료 또는 저비용 접종 가능
국내 위험도는 낮지만, 남미 여행자 주의
질병관리청은 이번 크루즈선 집단감염 사태 직후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유입 가능성을 모니터링 중입니다. 현재까지 크루즈선 관련 국내 감염 사례는 없습니다.
국내 신증후출혈열은 늦가을(10-12월)에 연간 환자의 70% 이상이 집중됩니다. 두 번째 유행 시기는 5-7월로, 봄철 농작업이 활발해지는 시기입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주로 유행하는 한탄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되지 않으며, 이번 크루즈선 집단감염을 일으킨 안데스 변종과는 다른 종입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는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을 매개하는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고, 해외 유입 사례도 보고된 바 없어" 일반 국민의 감염 위험은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중남미 여행 시에는 야생동물·설치류 접촉을 반드시 피하고, 귀국 후 1-2개월 내에 고열·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면 여행 이력을 의료진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Q. 한타바이러스, 사람 간 전파가 되나요?
국내형(한탄·서울 바이러스)은 사람 간 전파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남미 안데스바이러스는 밀접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가 일부 보고돼 있어, WHO가 이번 혼디우스호 사태에서 역학 조사 중입니다.
Q.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누가 맞아야 하나요?
군인, 농부, 등산·캠핑 등 야외 활동이 잦은 분은 매년 유행 전인 10월 이전 접종이 권장됩니다. 접종은 보건소나 의원에서 가능합니다.
Q. 마스크는 어떤 걸 써야 하나요?
쥐 배설물이 있을 법한 환경(창고, 헛간, 다락방)에서는 KF94 또는 N95 이상의 마스크 착용이 권장됩니다. 일반 마스크는 에어로졸 차단 효과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Q. 감염 의심 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야외활동 후 2-3주 내 고열·근육통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야외 노출 이력을 의사에게 알리세요. 조기 진단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 본 글은 WHO,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