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질 분비물이 평소와 다르게 늘어난 경험이 있을 거예요. 분비물 증가 자체가 무조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색이 탁해지거나 냄새가 나고 가려움과 통증이 동반된다면 병적인 원인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질 분비물 증가의 원인은 크게 감염성 질염과 호르몬 변화, 구조적 문제로 나눌 수 있는데, 각 원인에 맞는 대처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 분비물 증가, 정상과 병적인 상태는 어떻게 다를까
정상적인 질 분비물은 투명하거나 흰색을 띠고 냄새가 없으며, 배란기에 양이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분비물의 양은 연령, 생리주기, 여성호르몬 수치에 따라 개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분비물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바로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반면 병적인 질 분비물은 양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색이 진회색이나 황록색으로 탁해지고, 악취와 함께 가려움, 배뇨 시 통증, 화끈거림 같은 증상이 동반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질염이 원인이며, 세균성 질염, 칸디다 외음부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위축성 질염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정상 분비물: 투명·흰색, 무취, 배란기 증가
- 병적 분비물: 탁한 색, 악취, 가려움·통증 동반
질 분비물 증가 원인별 특징, 냄새와 색으로 구분하기
질 분비물의 양상에 따라 원인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질염 네 가지의 특징을 정리해볼게요.
세균성 질염은 정상 질 세균총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합니다. 질 내 젖산균이 줄어들고 비호기성균이 과증식하는 것이 원인인데, 잦은 질 세척이나 콘돔 없이 하는 성관계에서 질 산도가 알칼리화되면서 잘 생깁니다. 질 벽에 회색의 탁한 분비물이 붙어 있고, 특유의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칸디다 외음부질염은 90%가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진균이 원인입니다. 하얀 치즈나 휴지 조각 같은 백색 분비물이 관찰되고, 심한 외음부 가려움증과 배뇨통이 동반됩니다. 당뇨나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면역이 저하된 경우,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했거나 임신 중일 때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꼬리를 가진 단세포 원충인 트리코모나스가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성병입니다. 거품이 나는 황록색 분비물이 다량 나오고 소변 볼 때 통증, 아랫배 통증이 있으며 질 점막과 자궁경부에 딸기처럼 빨간 반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위축성 질염은 자연 폐경이나 항암치료, 양측 난소절제술로 폐경된 여성에게서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발생합니다. 질 점막이 창백해지고 주름이 감소하며 위축되는데, 분비물보다는 질 건조감과 통증이 더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질 분비물 증가,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나요
분비물 증가와 함께 악취, 가려움,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합니다.
- 질 산도 측정: 정상 질 내 산도는 약산성(4.5 미만)을 유지하는데, 세균성 질염이나 트리코모나스 감염 시 알칼리화됩니다
- 질 분비물 현미경 검사: 분비물을 슬라이드에 얇게 펴바른 후 균사, 원충, 클루세포(Clue cell) 유무를 확인합니다
- 휘프 검사(Whiff test): 질 분비물에 10% 수산화칼륨을 떨어뜨렸을 때 생선 냄새가 나면 세균성 질염을 시사합니다
- 그람염색검사, 핵산증폭(PCR) 검사, 균배양 검사: 원인균을 정확히 동정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세균성 질염의 경우 질 벽에 회색 탁한 분비물, 질 내 산도 4.5 이상, 클루세포 20% 이상, 휘프 검사 양성 중 세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진단합니다. 칸디다 질염은 임상 증상과 함께 치즈 같은 백색 분비물에서 균사가 관찰되면 확진되고,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도말검사에서 움직이는 편모를 가진 원충이 보이면 진단됩니다.
질 분비물 증가 원인별 치료법, 무엇이 다를까
질염의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증상을 무작정 참거나 임의로 연고를 바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이 밝힌 원인별 치료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균성 질염은 메트로니다졸 겔이나 경구용 항생제로 비교적 잘 치료됩니다. 다만 만성 재발성 세균성 질염으로 진행되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임신 중에는 조산 같은 합병증 위험이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간혹 골반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칸디다 외음부질염은 아졸 계열 항진균제 질정이나 질크림으로 치료하며, 필요에 따라 경구 항진균제를 추가합니다. 만성 재발성인 경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방을 위해 레깅스나 스키니진처럼 꽉 끼는 옷을 피하고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 속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메트로니다졸이나 티니다졸로 치료합니다. 성관계로 감염되는 질환이므로 성 파트너도 함께 치료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고, 다른 성병(성매개감염병) 검사도 함께 받아야 합니다.
위축성 질염은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사용하면 보통 1-2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됩니다. 다만 여성호르몬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재발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합니다.
질 분비물 증가와 소음순 구조, 언제 수술을 고려하나요
질 분비물 증가의 원인이 감염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소음순이 비대하거나 주름 구조가 복잡해 생리혈이나 분비물이 안쪽에 머물렀다가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분비물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소음순이 크다고 해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치료 판단의 기준이 되며, 정밀 진찰에서 포피 덮임이나 주름으로 인한 위생적 불편함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진행합니다. 수술 후에는 봉합 부위가 안정적으로 아물고 조직이 회복되는 시간을 고려해 약 3-4주 뒤부터 일상 활동이 가능합니다.
Q. 질 분비물이 늘었는데 가려움증은 없어요, 병원에 가야 하나요
가려움이나 통증 없이 분비물 양만 늘었다면 배란기나 생리 전 호르몬 변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분비물 색이 탁하거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세균성 질염 초기일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질 세척을 자주 하면 오히려 안 좋은가요
질 내에는 외부 미생물을 방어하는 정상균주가 있어 약산성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알칼리성 세정제를 사용하거나 너무 잦은 세척을 하면 정상균주가 사라지고 산도가 떨어져 오히려 미생물 침입이 쉬워집니다. 외음부는 물로 가볍게 씻고 질 내부 세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분비물 증가와 함께 소변 볼 때 통증이 있어요
배뇨통은 칸디다 질염이나 트리코모나스 질염에서 흔히 동반되는 증상입니다. 요로감염이 함께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에서 소변 검사와 질 분비물 검사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 분비물 증가는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분비물의 색, 냄새, 양, 동반 증상을 잘 관찰하고, 병적인 징후가 보이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