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의 시에서 찾은 집 지친 현대인을 위한 시 3편

2026-07-22 · 라이프스타일 · 읽는데 6분

2026년 7월 22일,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입니다. 일에 지치고 관계에 지친 하루하루, 문득 '집'이라는 공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1200년 전,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관직에서 밀려나고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마다 시를 통해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았습니다. 그의 시에는 복잡한 현대인이 진짜 쉼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장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백거이의 시 중에서도 특히 '집'과 '안정'이라는 주제로 읽을 수 있는 세 편을 소개합니다.

백거이는 어떤 시인이었을까

백거이(772-846)는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로 불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낙천'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합니다. 그는 중당 시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무려 3,000여 수에 달하는 시를 남겼습니다. 당대 시인 중 가장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한 인물이죠.

그의 시가 특별한 이유는 '노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하고 솔직하다는 점입니다. 백거이는 자신의 시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그중에서도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풍유시'와 개인의 내면을 담은 '한적시'가 특히 유명합니다. 정치적으로 좌절을 겪은 후에는 점차 '독선기신(獨善其身)' - 홀로 자신의 몸을 잘 닦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자연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노래한 시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첫 번째 시 주진촌(朱陳村) - 이상적인 마을의 풍경

백거이가 꿈꾼 '집'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의 시 <주진촌>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시골 마을이 등장합니다.

徐州古豊縣, 서주 고풍현에
有村曰朱陳, 주진촌이라는 마을이 있네
去縣百餘里, 현에서 백여 리 떨어져 있고
桑麻青氛氳, 뽕나무와 삼이 푸르게 무성하네

機梭聲札札, 베틀 북이 자자자 울리고
牛驢走紜紜, 소와 나귀가 분주히 오가네
女汲澗中水, 여인은 시냇물을 긷고
男採山上薪, 남자는 산에서 나무를 하네

縣遠官事少, 고을이 멀어 관청 일이 적고
山深人俗淳, 산이 깊어 인심이 순박하네

이 시는 백거이가 현실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꿈꾸던 이상적인 공동체를 그리고 있습니다. 관청과의 거리가 멀어 간섭이 없고,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베틀 소리, 가축들이 오가는 소리, 시냇물 소리 - 이런 평범한 일상의 소리들이 오히려 가장 완벽한 '집'의 조건으로 그려집니다.

현대인에게 이 시가 주는 울림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와 관계, 의무 속에서 살아갑니다. 백거이가 '관청 일이 적다'는 것을 이상적인 조건으로 꼽은 것은, 오늘날로 치면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합니다.

두 번째 시 대주오수(對酒五首) - 취해서 잊는 법

일상의 무게에 지칠 때, 백거이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그는 술과 시로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巧拙賢愚相是非, 교묘함과 졸렬함, 어짊과 어리석음이 서로 옳고 그름을 다투지만
何如一醉盡忘機, 한 번 취해 세상 근심을 다 잊는 것만 같으랴

이 구절은 백거이의 대표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세상의 시비와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한 잔 술에 취해 모든 계산과 꾀를 내려놓는 것이 그의 해법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취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는,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백거이는 이처럼 '취음선생(醉吟先生)'이라는 호를 쓸 정도로 술과 시를 즐겼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취했다가 다시 깨고, 깨면 다시 읊조리고, 읊조리면 다시 마시고, 마시면 다시 취한다. 취하고 읊조림이 서로 이어지기를 마치 순환하는 것처럼."

이 말은 현대인의 '번아웃'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조차 잊게 됩니다. 백거이는 그런 순간, 억지로 버티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호흡을 찾는 법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시 초당기(草堂記)와 동파종화(東坡種花) - 직접 만드는 안식처

백거이가 가장 '집'다운 집을 경험한 때는 강주(江州)로 좌천되었을 때였습니다. 815년, 그는 중앙에서 밀려나 지방 관리로 내려갑니다. 이때 그는 여산(廬山) 향로봉 북쪽에 초가집을 짓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초당기>에 기록했습니다.

또한 충주(忠州) 자사로 있을 때는 성 동쪽 비탈에 직접 꽃을 심었습니다. 이곳을 그는 '동파(東坡)'라고 불렀는데, 이 이름이 훗날 소동파(蘇東坡)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東坡春向暮, 동파의 봄이 저물어 가는데
樹木今何如, 지금 나무들은 어떠한가
欲作新詩句, 새 시구를 짓고자 하나
無人共醉歌, 함께 취해 노래할 이 없네

좌천이라는 불운한 상황에서도 백거이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 치유였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홈가드닝'이나 '소확행'을 찾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인이 백거이에게 배울 점

백거이의 시에서 발견하는 '집'의 의미는 단순히 지붕과 벽이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집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춥니다.

  • 간섭에서 자유로울 것: 주진촌에서처럼, 불필요한 외부의 간섭이 없는 공간
  • 내려놓을 용기가 있을 것: 대주오수에서처럼, 모든 시비와 계산을 잠시 접어둘 수 있는 마음의 여유
  • 직접 가꾸는 즐거움: 동파에서처럼,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키우고 돌보는 과정

우리나라에서도 백거이의 시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의 시는 직역되어 한시 교본으로 널리 읽혔고, '노파해능(老嫗解能)' - 늙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처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해졌습니다.

백거이 시에서 찾는 쉼의 기술

백거이는 정치적으로 좌절을 겪은 후, 자신의 삶을 '한적시(閒適詩)'로 승화시켰습니다. 이 시들은 화려한 수사나 깊은 철학보다는, 차 한 잔, 꽃 한 송이, 지는 해 같은 소소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립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휴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백거이가 발견했듯, 진짜 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베란다에 놓인 화분 하나, 책상 위의 따뜻한 차 한 잔, 저녁에 켜놓은 작은 등불 - 이런 것들 속에 이미 '집'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1200년 전 시인의 문장이 오늘도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지침과 회복에 대한 갈망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표현했기 때문일 겁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백거이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